우물귀신 - 고한승

옛날 옛적에 어떠한 곳에 나무를 베어다가 팔아서 살아가는 사람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나무꾼의 마나님은 어찌 영악하고 무섭고 딱정떼인지 나무꾼이 벌어가지고 들어오는 돈이란 돈은 모조리 자기가 다 뺏어가지고 한 푼도 주지 않으며, 또 저녁 반찬 맛이 조금 짜서‘소금을 너무 많이쳤다’고 하는 날에는 그 이튿날 반찬에 소금을 단 한 알도 넣지 않아서 싱겁고 싱겁게 만들어놓는 그러한 성미 고약한 마누라였습니다.

그래서 나무꾼은 참다 참다 못하여 하루는 말을 타고 도망을 나왔습니다. 그것을 안 마누라가 성이 벼락같이 나서 자기도 말에 올라타고 나무꾼의 뒤를 따라나섰다가 산속에서 잘못하여 큰 우물에 빠졌습니다.

A water well in India.

앞에 말을 타고 도망하던 나무꾼이 돌아다보니까 그 모양이 되었는데 아무리 밉고 고약한 마누라라도 우물에 빠진 것을 보고는 그대로 두기가 너무 불쌍해서 우물 앞까지 와서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러나 우물은 얼마나 깊고 캄캄한지 도무지 어디 있는지, 어디까지가 물인지도 모르겠으므로 할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와서 그 이튿날에는 굵은 노끈을 가지고 다시 우물을 찾아갔습니다. 그래서 노끈을 우물 속으로 넣고‘얼른 이 노끈을 잡으면 올려주마’라고 소리를 치니까 참말 노끈을 붙잡았는지 무거워졌겠지요? 그래서 힘껏 잡아 당겨 끌어내보니 아- 이것은 마누라가 아니요. 무섭고 무섭게 생긴 우물귀신이었습니다. 얼마나 무서운지 나무꾼은 귀신 앞에서 두 무릎을 꿇고

“제-발 살려주십시오.”

하고 애걸을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의외로 우물귀신 말이

“아니요. 조금도 염려할 것이 없소. 나는 도리어 당신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나날까지 물속에서 아무 일 없이 평화스럽게 살아왔었는데 어저께 어떤 무섭게 생긴 늙은 마누라가 떨어져서 나의 귀를 끄들며 뺨과 머리를 때리는 등 참말 못 견디게 굴어서 어떻게 하면 이 마누라를 피해 나가나 하고 무한히 걱정을 하고 있던 차에 당신이 내려 보내준 노끈을 다행히 내가 먼저 붙잡고 살아 올라왔으니 당신의 은혜는 무엇으로 갚을지 모릅니다.”

하고 절을 자꾸 하더니 무슨 나무 이파리 셋을 주면서

“나는 지금부터 당신의 은혜를 갚기 위하여 임금의 무남독녀 외딸 되는 공주의 방으로 몰래 들어가지요. 그러면 공주는 금시로 큰 병이 들어서 아무리 유명한 의사를 불러와도 고치지 못할 터이니 그때에 당신이 들어와서 고친다 하고 이 나뭇잎 셋을 공주의 얼굴에 대시오. 그러면 나는 당신이 온줄 알고 도로 나올 터이니 나만 나오면 공주의 병은 저절로 나을 것입니다.”

하고 그대로 가버렸습니다. 그래서 우물귀신은 즉시 임금의 대궐로 들어가서 공주의 방으로 뛰어 들어가니까 그때부터 말짱하던 공주가 머리를 부등켜 쥐고

“아이고 머리야. 아이고 죽겠네.”

소리를 치며 떼굴떼굴 구릅니다.

자- 큰일났다 하고 유명한 의사란 의사는 다- 불러다가 약을 쓰고 유명한 학자란 학자는 모조리 불러다가 점을 쳐보았으나 공주의 병은 조금도 낫지를 않았습니다. 그래서 드디어 임금은,

“만약 공주의 병을 낫게 하는 사람이 있으면 사위를 삼고 이후에 내가 죽으면 이 나라의 임금을 삼을 터이다.”

라는 령을 내렸습니다.

아직까지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나무만 하러 다니던 나무꾼이 이 소식을 듣고 물귀신이 준 나무 이파리 셋 생각이 갑자기 났습니다. 그리하여 즉시 궁전을 찾아가서 임금께

“신이 아무것도 모르는 자이올시다만, 신명의 도움을 받아 공주의 병을 고치겠습니다.”

하니까 임금이 오죽 기뻤겠습니까? 곧 공주의 침실로 인도를 하니까 나무꾼은 준비하였던 나뭇잎 셋을 꺼내어 공주의 얼굴에 대었습니다. 그러니까 벌써 물귀신은 알아차리고 공주의 몸에서 떨어져서 밖으로 나가버리자, 지금까지 몹시 아프던 공주의 병은 씻은 듯이 나았습니다.

임금과 여러 신하는 얼마나 기뻐하였는지 며칠 후에는 나무꾼과 공주의 성대한 결혼식을 거행하였습니다.

그러나 여기 한 가지 큰 걱정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원래 물귀신은 나무꾼에게 은혜를 갚고자 좋은 일을 하였지만, 본마음은 착한 놈이 아니었으므로 그 옆 나라 임금의 따님 되는 공주를 괴롭히려고 그 나라 공주의 방에 또 뛰어 들어가서 그같이 이상한 병에 걸리게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 나라 임금도 무한히 걱정을 하여서 약을 쓰다 못해 할 수 없이 나무꾼(지금은 임금의 사위)을 청하여 왔습니다.

한번 한 일이 있으므로 지금은 싫단 말도 못하고 옆 나라 대궐로 가면서 크게 근심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그 나라 대궐 앞에서 그 우물귀신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물귀신이

“나는 당신에게 한 번은 은혜를 입었으니까 그것을 갚으려고 임금 사위를 만들어 드리지 않았소? 그러나 이 나라 공주에게는 내가 장가를 들 작정으로 이렇게 아프게 만들었으니 잔소리 말고 그대로 가시오. 만약 그렇지 않으면 나는 당신 부인 된 공주를 빼앗아 오겠소.”

합니다.

참말 이거야 큰일났습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여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한참 생각하다가 한 꾀를 내어가지고

“응, 그것은 걱정 마라. 나는 이 나라 공주를 살리려고 온 것이 아니다. 그리고 또 우리 공주도 네가 가져가려면 가져가려무나. 그러나 나는 큰 걱정이 생겨 이렇게 왔다.”

하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러니까 물귀신이

“무슨 걱정이란 말이요?”

하고 묻습니다.

“다른 것이 아니라 그때 우물에 빠졌던 힘센 마나님이 있지 않았느냐? 그 여자가 내 아내였단다. 아- 그런데 그 마누라가 나를 자꾸 쫓아오는구나.”

하니까 물귀신이 눈이 둥그레지면서

“아-니 그 마누라가 우물에서 살아나왔단 말이오?”

“살아나오고말고. 그래서 내가 가는 곳은 어디든지 따라 다닌단다. 에그! 참 저기 왔구 먼. 저-문 뒤에- ”

하고 소리를 지르니까 우물귀신은 어찌 그 마나님에게 진저리를 냈던지

“아이쿠- 나는 간다.”

하고 멀리 멀리 도망하여 다시는 사람 사는 동네에 들어오지도 못하였습니다.

이렇게 하여 그 나라 공주의 병도 나아서 임금에게 많은 상을 받고 자기 나라로 돌아와 착한 공주와 길이길이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어린이》제4권 제6호, 192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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